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- 연락해봤니?
- 음.. 아니요?
- 잘 지내나 너무 걱정돼서.. 요새 추워졌잖아, 연락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망설여지긴 하는데 그냥 한 번 전화해볼까?
- 아뇨, 아뇨. 그건 안 좋은 것 같아요.
- 그래도 너는 연락해도 괜찮지 않니? 둘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잖아.
어째서인지 우리는 싸구려 목걸이가 엉킨 것 같은 사이이다. 쇠붙이를 연결하는 고리처럼 붙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네가 어디에 있는지 영 감을 못 잡겠다. 그리고 난 어디에 있어야 할지 영 모르겠다. 우린 이따금 자기 전에 카레어묵같은 요상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, 하루를 마무리하며 아주 얕은 유대감을 만들었다. 장난스럽게 나누던 이야기와 카톡은 지금 떠올려도 돌아가고 싶은 만치 재미있다.
나는 항상 너에게 미안하다. 무던하고 칼 같은 네가 신기하기도 하고, 걱정도 되었다. 네가 나에게 안겨 엉엉 울던 날은 마음도 아팠고, 안심도 했다. 소리 내어 울 줄 아는구나. 이때 내가 곁에 있어 참 다행이구나.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그랬다. 너의 생각이 궁금하지만, 직접 묻기에 상처가 될까 항상 망설였다. 힘들지만 내색을 하지 않는 걸까? 받아들이고 힘들지 않게 된 걸까? 넌 후자라고 대답했다. 의심하는 내가 잘못한 거라고도 생각이 들지만 우리에게 지워진 짐이 가볍지 않다는 것도 확신했다.
너의 이야기를 더 듣지 못한 것이 미안하고, 후회된다. 나는 아빠가 제시하는 길을 가는 게 너무 싫었다. 사주니 적성이니 그의 말을 따르면 천하제일이 될 것 같았지만 그 믿음이 깨졌다. 내가 보게 된 세상을 믿기로 했다. 머리에 꽃이 가득해 그럴지 몰라도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꾼다. 나의 생각으로 나의 꿈을 말하는 게 즐거워 너도 그러길 바랐나 보다. 너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나의 이야기만 하던 때가 있었다. 지금처럼. 너무 많이 부족한 누나, 부족한 사람이다. 그에 반해 너는 참 큰 사람이다. 너의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심은 여러 일화로 내 기억에 남아있다.
애인이 생겼다. 너와 그가 닮은 건 아니지만 상황이 비슷해 자꾸 네가 떠올랐다. 그에게는 세 살 터울의 누나가 있어 너를 떠올리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. 그의 수료식에 다녀온 후 너의 수료식은 어땠을까 생각하다 울었다. 이제서야 생각을 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에 더 울었다. 아무래도 나는 연락할 수가 없었다. 치킨 여러 마리를 사들고 면회를 갈 수도 없고,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말을 건네야 할지 알지도 못한다. 여러모로 부족한 상황이라는 핑계를 대고 조금이라도 나은 재회를 그려본다. 그때까지 나는 조금 더 울어야 할 것 같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