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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 고양아, 수염이 하나 늘었구나. 이제 막 자라나기 시작한 게 참 사랑스럽다. 나도 하나 둘 늘어가는 것들이 있는데 사랑스러운지는 모르겠더라. 늘어간다. 더해진다. 많아진다. 이 말들은 줄어간다. 덜해진다. 적어진다와 같더라. 나의 세상은, 이 세계는 한정되어있다는 말이 사실인가봐.
익숙해지는 일이 늘어가고, 나는 새삼 놀라지도 않으며 감정이 동하지도 않는다. 작은 일인지 큰 일인지도 모른채로 슬프지 않고 그저 그렇구나 하고 지나간다. 내 마음을 저버리는 일들은 반복된다. 어떠한 감정이라 말하지도 못하는 둔탁한 심장이 울리는 박동만을 느낀다. 미숙하고 여린 마음을 잃고 나서야 나의 미숙함을 사랑하게되었다.
어설프게 아파하고, 두려워할 바에는 무던해지겠다. 뛰는 마음을 부여잡고 이 이상은 튀어오르지 못하게 내 손으로 옥죄어온 날들이 소용없는 일이었나. 잃어버린 감각으로 발꿈치에 박힌 압정을 무던하게 뽑아내는 일을 아파해도 되는 걸까. 여전히 나의 마음은 어설픈 그대로인지 묻고싶다.